나의 부모님은 두분 모두 교사셨다.
두분은 부산의 같은 대학에 같은 캠퍼스를 다녔지만 그때는 서로를 몰랐다고 했다.
그리고 처음 교사로 발령을 받아 가게된 곳이 두분이 처음 만난 합천의 작은 중학교였다.
2층짜리 지금은 사라진 그 조그마한 중학교에서 두분은 만났고 결혼을 하셨고 울산에 정착을 하셨고 나를 낳았다.
부모님이 처음 만날 당시 엄마는 음악선생님이셨고, 아빠는 국어선생님이었다.
아빠가 1년 정도 먼저 그곳에 발령이 났고 엄마는 뒤늦게 오셨다고 했다.
1층의 교무실과 서무실을 지나 2층의 교실에서 나란히 두분은 그렇게 학생들을 가르치셨다.
아빠는 멋없고 조금은 고지식한 사내였고
엄마는 겁많고 처음으로 부모님의 간섭에서 탈출한 앳된 아가씨였다.
두분이 학교에서 어떻게 만나셨고 어떤 첫인상이었는지
아빠가 엄마에게 잘보이기 위해 아침마다 근처 우물에서 세숫물을 길러준 이야기
주말 부산으로 가는 버스에서 서로 간식을 나눠먹거나
함께 복귀하는 길에 버스정류장 버스가 끊기면 한시간을 함께 걸어오던 이야기를 들었다.
벌써 두분 모두 은퇴를 하신지 오래이지만 부모님이 그때 그시절을 회상할땐
다시 20대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부모님의 20대 이야기가 나에게는 마치 소설 속 이야기 같이 느껴진다.
요즘 아빠는 은퇴 이후 다시 여유가 생기셔서 20대에 종종 쓰셨던 시를 쓰시는데
나에게 카톡으로 보내시고 감상을 물어보시거나 내가 아빠가 쓴 시를 다시 편집해서 드리곤 한다.
(나도 아빠처럼 시를 쓰고 싶다.)
최근 아빠가 쓰신 아빠가 엄마를 만난 그시절 그곳의 정취를 느낄수 있는 아빠의 시 한편 소개한다.
적교(赤橋) 이성한 1979년까지도 창녕발 합천행 버스가 삼거리 赤橋에 가까워지면 피로 물들어 흐르던 낙동강 전선 방어선 사수하고자 잿빛 제복 입은 병사처럼 흙먼지 뒤집어 쓴 미루나무들이 긴장한 얼굴로 착검한 채 길 양 가장자리에 도열하고 있었고 한편 저만큼 나앉은 무심한 낙동강 풍경은 노을로 물든 채 6.25를 동화로 들려 주고 있었다. 27여년 만큼의 거리를 둔 숲에서는 백의 두른 여신같은 이태리포플라 나무들이 날씬하고 허연 허리를 뽐내며 뽀얀 백사장에 그림자로 길게 누웠고 한가로이 떠가는 나룻배 타고 서서 모이 뿌리 듯 던지는 그 그물의 반짝이는 그물코들이 첨벙첨벙 강을 덮치면 점점이 날아 오른 청둥오리 떼가 기럭기럭 목청 돋워 부채춤을 추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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