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로로 출근하다 보면 여러 고궁(古宮)들을 지나게 된다.
경복궁, 창덕궁과 창경궁
매일 고궁앞을 지나며 출근하는 나름의 멋과 정취가 있다.
나는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다. 오래된 곳과 옛건물을 좋아하고, 박물관이나 오래된 도시의 역사나 지도를 보며 현재 지도와 비교하는 것도 좋아한다. 또 옛날 사람들은 이 거리를 어떤 생각을 하며 걸어 다녔을까 상상을 하게 되는데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한꼭지를 각색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백여년 전 조선시대 나처럼 창경궁 근처로 출근하는 김헌납 이라는 분이 있었다. 그는 사간원(지금으로 치면 감사원이나 방통위)에 출근하는 헌납(현재 4급 정도되는 중급 공무원)이었다. 김헌납의 집은 지금의 정동 인근이었고 2개월 전까지 근무했던 이조(지금으로 치면 행정안전부)는 광화문대로에 위치했고 이번에 옮기게 된 사간원은 삼청동쪽에 위치했기 때문에 보통 7시까지출근해야하는 그의 아침은 이전보다 더 서둘러 시작되는 편이었다. 하지만 말을 타고 출근하는 그의 마음은 이전보다 훨씬 여유로웠는데 그동안 근무했던 이조보다 현재 사간원이 조직문화나 분위기가 훨씬 위계적이지 않고, 하는 매일 정기적인 일을 다루는 곳이 아니어서 였다. 출근을 하면 제일 먼저 공좌부(출근기록부)에 출근기록을 적고 아침 조회를 한 후 업무가 시작되었는데 언론기관인 만큼 여러 다양한 문제들과 왕에게 들어가는 문서들을 정리하며 하루를 보냈다. 일은 대부분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에 마쳐서 퇴근을 했는데 퇴근 후에는 종종 동료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하지만 사간원은 나름 감사원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서 예전처럼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술자리를 가지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놀랍지 않나? 지금 우리랑 비슷하지 않은가? 직장인의 삶이란 수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마찬가지인가보다. 출근길 고달픔, 편안한 부서로 옮겼을때 소박한 행복, 퇴근후 동료들과 술한잔...이런건 역사를 계속해 반복되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회식하니까 요즘 자주 가는 회식장소가 생각나서 다른 책 한권을 소개한다.
이 책에는 옛날 지도와 현재 지도를 비교해 도시역사학적으로 어떤 변형들이 이뤄졌는지를 다루는 내용이 많은데, 요즘 회사 동료들이나 친구들이랑 모임으로 자주가게 되는 익선동, 종로일대에 대한 내용도 있다. 아래 지도에 동그라미 친 부분이 지금으로 치면 익선동 갈매기 골목인데 예전 물길을 따라 꺾이는 부분이 현재 지도에도 남아있는게 보인다. 딱 지금 광주집이 있고 갈림길이 생기는 곳이다.

며칠전엔 저근처 영춘옥에서 따귀찜을 먹었는데 맛있더라.
예전 사람들도 동료들과 술한잔 하며 안주는 뭘 먹었을까? 그때는 동동주에 파전이나 국밥 같은걸 먹었을까?
갑자기 소주 한잔이 땡기는건 괜한 기분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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