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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인사업무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by 마르스영 2019. 8. 7.

작년에 상명대에서 인사업무를 희망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멘토 특강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많은 분들이 실제로 인사팀에는 어떻게 들어가는지, 어떤 사람이 인사업무에 어울리는지 같은 질문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인사팀에서 일하는 방식에 대해 물어본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인사팀에서 일하는 방식은 과거버전이 있고 현재버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과거버전이 강한 회사가 있고 현재버전으로 바뀌어가거나 운영하는 회사들도 많습니다. 아니 인사관리 자체가 이제는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좀 더 바른 설명입니다.

 

과거의 인사관리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맥그리거의 X이론, Y이론에서 X이론에 기반해서 관리의 전문성, 운영의 효율성, 인사업무의 체계적 세분화를 강조하는 편이고, 반대로 최근의 인사관리는 Y이론에 기반해서 동의에 의한 직원의 자발적 참여, 전략적 파트너로서 인사 각 파트별 기능보다는 전략적 기능의 강화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말로 정리하니 어려운 것 같아서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변화해 간다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구분 과거 최근
의사결정 탑다운(경영진 의사가 제일 중요) 바텀업(직원들 의견 전달자, 경영진과의 가교역할)
정체성/역할 관리부서 서비스부서
정책방향 경영진 결정사항 공지, 시행, 운영, 까라면까 직원들 의견 지속적으로 반영, 수정, 개선 필요
강조기능 관리>>>>자문/파트너>>전략 전략적 파트너>관리>전략
조직운영 인사 기능별 세분화 (채용담당자, 교육담당, 보상담당) 각 파트별 통합, 직원 모두가 각자 파트너 역할
커리어 인사팀 내부 경력만 인정 인사팀 외부(영업, 개발)에서 영입 확대
주변인식 갑 오브 갑, 관리부서, 욕먹는부서 서비스 부서, 지원부서, 칭찬받는 부서

 

소스 : 네모파트너즈 인사조직부문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1892110&memberNo=46063234)

 

저는 개인적으로 앞으로 모든 인사부서의 모습은 결국 이렇게 변화해 가야한다고 확신합니다.

 

제 첫 사회생활은 60년이 넘은 제조기업였고, 저 역시 옛날방식의 인사업무로 시작했습니다. 인사부서는 욕먹는 부서, 고생고생해서 제도를 만들어도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칭찬받는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IT회사로 이직하고 많은 개발자분들과 일하며 기존의 업무방식에서 바꿔야만 한다는 것을 너무나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이전까지 제 업무방식이 '까라면까' 였다면 IT 회사에서 그러한 방식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전체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발자분들에게는 어떠한 제도나 정책을 도입하여도 왜 이러한 제도가 본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어떻게 본인의 의견이 반영되며,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의 공유를 요청받았습니다. 요즘 얘기하는 애자일 업무방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한것 같습니다. 그 이후 스타트업, 지금의 디자인기업에서 근무하며 저보다 16살 어린 신입사원들(Generation Z)을 경험하며 인사는 이전과는 달라야만 한다는 것을 너무나 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세대별 특성에 맞는 인사업무란 무언가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작년에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에서도 나와있듯이 새로운 세대는 계속해서 회사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직은 신입, 주니어들이지만 저 같은 밀레니얼세대(1980~1990년 중반)들은 조만간 관리자가 되고 회사의 대다수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가 되는 시기가 곧 올 것입니다. 많은 책과 기사들에서 세대별 특성을 이미 분류하였기 때문에 그런 분류보다는 그럼 세대에 맞는 인사업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제 사례를 통해 설명드리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케이스 1. 제조업에서 경험한 사례

첫회사에서 가장 직원들이 불만으로 여긴 프로그램은 CDP(경력개발프로그램) 이었습니다. 제도 도입 목적은 직원들이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다양한 커리어를 경험하도록 년차별 직무순환, 직무교육을 설계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니어였던 제가 보기에도 당시 인사팀 선배들이 굉장히 많은 개인별 이력, 자료분석, 타사사례 검토를 통해 만들어진 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직원들 입장에서 자신들이 정말 원하는 경력목표나 경력계획에 대한 의견수렴이 이루어지지 않고 회사에서 정해준 경로대로 가는 것에 대해 상당히 많은 저항과 불만을 듣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 또래 2~30대들은 회사의 의도보다는 자신들에게 이러한 경로를 강요하는 것으로 여겨졌던것 같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일방적인 인사기획은 아무리 좋은 의도와 많은 분석을 하여도 좋은 결과를 얻기가 힘들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케이스 2. IT회사에서 경험한 사례

두번째 직장인 IT기업에서는 제가 동호회 운영을 담당하면서 연간 예산을 동호회에서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관리하게 하여서 동호회가 그 어떤때보다 활성화 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보통 일반적인 회사에서 동호회 운영을 하면 정해진 예산에서 운영기준을 만들고, 행정적 지원을 담당자가 하게 됩니다. 동호회에서는 예산에 대한 조회나 관리권한이 없는거죠. 하지만 저는 아예 연간 예산을 동호회에 공개하고, 그 예산사용도 기존의 '인당 얼마'의 방식에서 동호회에서 자체적으로 연간계획을 수립하고, 분기별 조정을 통해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매 분기별 회장단 미팅을 통해 본인 동호회의 활동을 보고하고 계획하고 있는 일들과 필요예산을 설명하게 해서 그 협의회에서 모두의 동의를 통해 예산을 분배하는 방식이었죠. 회사 입장에서는 예산의 방만한 경영이 처음에는 우려되었지만 실제 운영해보니 동호회 제도 도입목적인 사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와 직원 참여 확대, 워라밸 확대 등 장점이 훨씬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참여하게 하는 업무방식이 처음에는 두렵기도 하지만 원래 목적과 취지에만 맞다면 그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케이스 3. 디자인회사에서 경험한 사례

지금 근무중인 디자인기업에서 새롭게 스마트워크 제도를 도입 검토 하고 있습니다. 제도 기획 단계에서부터 경영진, 직원들의 의견을 통해 함께 제도를 만드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회사내 인트라넷에 공유업무로 스마트워크제도를 등록하고 제도의 목적, 기대효과, 운영기준 까지 하나하나 장기간 여러 경영진의 의사를 모두 수렴했으며, 어느정도 제도적 틀이 만들어진 후에는 초안을 전사에 공유하고 설명회를 가지며 의견청취 기간을 넉넉하게 받고, 손쉽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채널을 다양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전 같았으면 '경영진의 지시-인사팀 내부 기획-보고-수정-승인-전사공지'의 프로세스로 어쩌면 더 간단히 업무처리 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이슈발생-인사팀/경영진 공유-경영진 의견수렴-1차안 확정-전사공지-직원 의견수렴-2차안 확정-재공지-수정-....'의 프로세스로 몇달간 진행되고 있습니다. 담당자는 업무가 '종결'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직원들과 경영진 의견을 모두 수렴하고 최적의 안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면 이러한 업무방식은 조직문화적 측면, 조직개발적 측면에서 훨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앞서도 인사담당자의 역할은 계속 파트너로서 역할, 서비스 역할, 의견수렴자, 중간자적 역할이 강조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인사담당자를 꿈꾸는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러한 변화에 앞서서 움직이는 분들이 되셨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변하면 조직도 변하고, 구성원이 바뀌면 회사도 바뀝니다. 여러분이 일하는 방식에 따라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생각과 조직 전체가 변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관리자가 되고 싶은가요? 서비스 제공자가 되고 싶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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